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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이야기

작년 수능 평균백분위 63에서 올해는 평균백분위 88정도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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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성원(재수생)
댓글 0건 조회 29회 작성일 25-11-18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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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반 6번 안성원


오늘은 11월 7일이다. 여기 처음으로 들어온 날이 2월 1일이었으니 좀 거칠게 표현하면 1년 내내 이 학원에서 살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수능이 다가오는 것은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받아들일 수 있는데 올해가 거의 끝나간다는 사실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살면서 이토록 순식간에 지나가는 1년이 또 있을까 싶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나는 이 짧은 1년 동안 무엇을 해냈고 못했는지도 궁금해지더라.


우선 여기 들어온 목적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성적부터 보자면 작년 수능 평균백분위 63에서 올해는 88 정도로 올랐다. 객관적 수치로 평백 25프로 올린 것을 보면 분명 성과는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아직 수능 전이니까 혹시 모른다. 수능날에 커리어 하이를 찍어 평백이 96 이상도 나올 수도 있겠지?


아무튼 성적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내가 올해 1년을 의미 있게 보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나는 어릴적부터 궁금한 것이 있었다. 19살과 20살의 차이가 뭐길래 20살이 되어야 성인으로 인정해주는 걸까였다. 이 의문은 내가 20살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되었다. 20살부터 성인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성인으로 선고받는 것이다. 19살과 20살은 아무런 차이도 없다. 성인으로 선고받아서 성인의 틀에 자신을 끼워 맞추어 나가는 것, 그게 어른이 된다는 의미인 듯 하다. 그렇기에 20대의 초반은 방황하기 쉬운 것 같다. 그저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부딪혀보는 수 밖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2월 초에 이곳에 들어오고 나는 일주일 간은 정말 조울증에 시달리다 여기서 어떻게 1년을 버틸까. 그것도 아무런 즐거움도 없이 하루 종일 공부만 하면서.. 더구나 나는 예비 고3때 대형 단과 학원 윈터 스쿨을 갔다가 못 버티고 나온 기억이 있어 자신감이 더 떨어졌다. 그렇다고 여기서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도 못 버티고 나가면 나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확실해질 것만 같았고 나가서도 아무것도 못할 것이 분명했다. 정말이지 야스머스가 말했던 한계 상황이 이런게 아닐까 싶었다. 피할 수도 극복할 수도 없는 상황.. 


이 때문에 초반에는 계속해서 고민에 빠지고 괴로워했다. 일주일 쯤이 지났을 때는 속세에서 절어진 도파민이 모두 빠진 것인지 점차 익숙해지고 나아졌다. 한 달이 지나고 학원에 완벽하게 적응했을 무렵에는 집, 학교처럼 편하게 지냈다. 그렇게 이성이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되었을 때도 혼자서 고뇌하는 시간은 많았다. 내가 여기 들어온 이유가 뭘까, 수능이 끝나면 뭘 해야하나,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것은 뭘까 하고 나는 살면서 이러한 고민과 생각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었다. 


학교에서 생기부 채우려고 억지로 생각해낸 것을 빼면 그저 막연히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 갖고 싶다 이런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실존과 미래를 주체적으로 구상하는 그런 생각을 이곳에서 처음해 본 것이다. 한계 상황으로 인한 불안 그것을 겪으며 스스로의 주체성을 회복할 수 있었다. 19살과 20살, 미성년과 성년, 그 사이 존재하는 거리를 메워 볼 수 있었다.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그것도 여기서 혼자 겪으며 알게 되었다. 말이 두서 없이 장황해 졌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혼자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올해를 의미있게 보낼 수 있었던 이유라는 거다. 더구나 아무리 그만두고 싶어도 끝까지 해낸 이 경험은 내가 앞으로 무얼 하던 간에 잘 해 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줄 것 같다. 


재수한게 좋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대학을 현역으로 가서 바로 사회에 내던져졌다면 지금처럼 주체성 있는 삶은 못 살았을 것 같다. 또한 작년처럼 대형 기숙학원으로 갔다면 이번에도 못 버티고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년에 못 견디었던 이유 중 하나가 내가 사람 대접을 못 받는 것 같아서 그랬다. 수천명이 공부만 하는 상품처럼 취급받는 그 삭막함을 견디기 힘들었다. 나도 그 상표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느낌에 인격이 말살되는 듯한 기분을 받았다. 


그래서 그 보다 뒤처진다는 생각이 들면 너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었다. 여기는 그래도 모두에게 인격적 대우를 해주고, 다른 친구들도 경쟁자보다는 동반자의 느낌이 들어 나의 페이스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말이 약간 길어졌다. 아무튼 힘들었던 만큼 의미가 깊었던 1년 이었기에 남은 일주일 최선을 다해 끝을 아름답게 마무리 해야겠다는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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